9월 18일 미국 산타클라라. SK하이닉스 경영진이 AI·반도체 분야 전문가와 대학 연구자들을 만났다. 회사가 사흘 뒤 공개한 행사 내용에는 메모리 설계, 첨단 패키징, AI 시스템이 함께 등장한다. 각 분야의 성능을 따로 높이던 방식에서 여러 기술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설명이었다.[1]

이 자리에서 회사가 내세운 것은 기술 비전, 그리고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였다. 주식 보상을 발표한 행사는 아니었다.[1] 보상이 인재 유치의 유일한 수단인 것도 아니다. 그래도 해외 전문가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는 기업이라면, 연구 기회와 조직문화에 더해 어떤 보상이 경쟁력을 가질지를 따져 보게 된다.

주식 보상은 그 대답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지금 회사가 가진 현금만 나누는 대신, 앞으로 커질 회사의 가치에 직원이 참여하게 하는 방법이다. 직원이 성장의 이익을 더 오래 누리는 동안, 기업은 그 성장을 만들 사람과 함께할 시간을 확보한다. 그러나 주식을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런 효과가 생기지는 않는다. 무슨 성과에 대한 보상인지, 어떤 미래를 함께 만들자는 약속인지에 따라 같은 회사 주식도 다른 계약이 된다.

◇엔비디아에서 가져올 것은 주식 지급 비율일까

엔비디아의 2026년 연차보고서에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주식을 받는 RSU 제도가 나온다. 예외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계속 근무를 조건으로 4년에 걸쳐 권리가 확정된다. 일부 경영진만의 제도도 아니다. 해당 회계연도 RSU·PSU 부여 주식 수의 대부분은 주요 경영진과 사외이사를 제외한 직원들에게 배정됐다.[2] 여기서 부여는 약속한 권리를 말한다. 그 주식을 모두 이미 받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2018년 촬영한 미국 산타클라라 엔비디아 본사
주식 보상 제도를 공시한 엔비디아의 미국 산타클라라 본사. 2018년 8월 4일 촬영. 사진: Coolcaesar / Wikimedia Commons, Jacek Halicki 보정 · CC BY-SA 4.0.

눈여겨볼 대목은 보상의 시간이 여러 해에 걸쳐 있다는 점이다. 일정한 주식 수를 약속받은 직원은 회사 가치가 커지면 처음 약속받았을 때보다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다. 회사는 미래의 성장 가능성까지 채용 제안에 담을 수 있다. 몇 년 뒤 지급할 금액을 확정해 두는 현금 보상과 다른 점이다.

그렇다고 엔비디아가 성공했으니 주식 보상이 성공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우수한 제품과 시장 지위가 주가와 보상의 매력을 높였을 수도 있다. 성장 전망이 다른 회사가 지급 비율만 따라 한다고 같은 인재를 데려올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NEXT는 참고할 대목이 미국 회사의 형식이 아니라고 본다. 직원이 회사의 미래를 자기 보상의 일부로 받아들일 만한 사업과 약속을 만드는 방법이다.

◇한국 반도체가 찾는 사람은 누구인가

한국 메모리 기업의 강점을 다음 세대 AI 시스템에 연결하려면 잘 만드는 능력에 더해 함께 설계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SK하이닉스와 TSMC가 2024년 발표한 협력에는 HBM4 개발, 로직 공정을 활용한 베이스 다이, 첨단 패키징의 결합이 담겼다.[3] 메모리의 맨 아래, 연산 칩과 연결되는 부분까지 다른 기업의 기술과 맞추는 일이다.

이런 협력에서는 직무가 맞물린다. 설계자는 고객 요구를 이해하고, 패키징 담당자는 연결 방식과 열 문제를 풀고, 공정과 시험 담당자는 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한다. 이번 산타클라라 행사에서 회사가 인접 기술의 이해와 분야 간 협업을 강조한 것도 같은 방향이다.[1] 다만 이 자료만으로는 어느 직군의 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실제로 누가 해외 기업으로 옮기는지까지 알 수 없다.

보상에 관한 판단도 여기서 달라진다. 이름난 연구자 한 사람을 데려오는 데만 돈을 쓰고 그가 함께 일할 조직의 보상은 뒤처진다면, 채용한 역량을 제품으로 옮기기 어렵다. 반대로 직군과 기술의 희소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보상으로는 필요한 사람에게 경쟁력 있는 제안을 하기 어렵다. 넓은 직원층이 성장의 이익을 나누는 제도와, 확보하기 어려운 역량에 추가로 보상하는 제도를 함께 설계할 이유다.

회사 대표는 같은 행사에서 미국의 새로운 글로벌 AI 연구개발 센터도 언급했다.[1] 해외 인재를 채용하는 것과 그 인재가 한국에서 일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해외 연구 거점에서 얻은 역량이 국내 조직에도 쌓이려면 공동 과제, 인력 교류, 설계·검증 결과를 함께 활용할 권한과 절차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채용 규모만으로는 그 연결을 확인할 수 없다. 한국 기업의 매출이 늘어도 중요한 설계 판단을 늘 외부에 맡긴다면 기술적 자율성이 같은 속도로 커지지는 않을 것이다. 보상이 통상정책이나 수출통제를 대신할 수는 없다. 다만 국제 분업 속에서 한국 기업이 맡을 역할을 넓히려 할 때, 그 역할을 수행할 사람에게 투자하는 방식은 될 수 있다.

◇퇴사를 늦추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을까

주식 보상에 기대할 수 있는 효과와 아직 입증되지 않은 효과는 나눠서 봐야 정확하다. 미국 기업의 광범위한 직원 스톡옵션을 분석한 연구는 큰 규모의 부여 이후 이직이 줄어드는 결과를 보고했다. 권리가 확정되기 전 옵션 가치의 예상치 못한 변화를 이용해 인과관계에 부합하는 증거를 제시한 연구다. 이직 감소의 상당 부분은 일시적이었고, 제도 도입 이후 3년째에는 이직이 다시 늘었다. 시장 선도 기업에서 효과가 더 컸다.[4] 스톡옵션은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권리로, 주식을 받는 RSU와 다르다. 과거 미국 자료의 결과를 오늘 한국 반도체 기업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 결과는 쓸모 있는 질문을 만든다. 회사에 필요한 것이 평생의 근속인지, 한 제품의 설계부터 검증·양산까지 함께할 시간인지에 따라 같은 결과의 가치가 달라진다. 중요한 개발 단계에서 팀의 연속성을 지켰다면 몇 년의 근속에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연구가 반도체 생산성 효과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그 결과에서 끌어낼 수 있는 경영 판단이다.

평가 기준도 이에 맞춰 달라진다. 퇴사율이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성공이라고 하면, 주식을 받는 날만 기다리는 조직을 좋은 조직으로 오인할 수 있다. 제품 개발이 예정대로 진행됐는지, 경험이 다음 팀에 이전됐는지, 권리가 확정된 뒤에도 함께할 이유가 생겼는지가 함께 평가 대상이다. 지급 직전의 근속률만 높고 이후 팀이 해체된다면 보상 시점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일 수 있다.

회사 전체의 주가만으로 개인과 팀의 기여를 가리기 어렵다는 문제도 남는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잘한 개발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주식 가치가 함께 오를 수 있다. 업황이 나빠지면 의미 있는 기술 진전이 있어도 주가는 떨어질 수 있다. 주식은 성장의 이익을 나누는 데 쓸 수 있지만, 일의 질을 평가하는 장치 전체를 대신하기는 어렵다.

주가 하락은 평가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아직 받지 않은 주식의 가치가 줄면 남아서 기다릴 경제적 이유도 약해질 수 있다. 다만 불황에는 다른 회사의 채용과 보상도 줄 수 있어, 실제 이직이 반드시 늘어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업이 점검할 대목은 성장기에 매력적이던 보상이 업황 하락기에도 필요한 팀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경쟁사의 제안과 연구 환경까지 함께 놓고 봐야 답이 나온다.

◇한 사람이 남는 것과 경험이 남는 것은 다르다

개발은 여러 직무가 이어받는 일이다. 가령 시험 과정에서 발견한 오류를 설계자가 고치고, 공정 담당자가 양산에서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 확인하는 팀이 있다고 하자. 한 단계의 담당자가 바뀌었는데 이전 판단의 이유가 전달되지 않으면, 새 담당자는 같은 문제를 다시 풀어야 할 수 있다. 이런 팀에서 근속의 가치는 인원수를 유지하는 데 더해, 함께 쌓은 경험을 다음 단계로 넘기는 데 있다.

그렇다고 한 사람을 오래 붙잡는 것이 언제나 좋은 해법은 아니다. 중요한 지식이 그 사람에게만 남아 있으면 퇴사 시점을 늦췄을 뿐 의존은 그대로다. 장기 보상과 함께 설계 판단의 기록, 공동 검토, 후임에게 맡겨 보는 시간이 확보돼야 한 제품을 마친 뒤 팀이 재편돼도 경험이 남는다. 이는 앞의 이직 연구가 입증한 효과가 아니다. 팀 단위 개발에 그 결과를 적용할 때 추가로 검토할 조건이다.

직원의 이동에는 새 기회를 찾고 다른 조직으로 경험을 퍼뜨리는 면도 있다. 국가의 인재 정책까지 모든 이직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을 이유는 없다. 기업은 함께 일할 만한 조건과 성장 기회를 내놓고, 직원은 자기 경력을 선택한다. 보상을 잃을까 두려워 남게 만드는 방식과 다음 기술을 함께 만들고 싶게 하는 방식은 다르다.

◇직원은 위험을 어디까지 떠안나

직원에게 가장 직접적인 위험은 회사가 어려워질 때 소득과 보유 주식의 가치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FINRA도 직원 주식 보상에서 한 회사에 자산이 몰리는 위험과 권리가 확정되는 조건을 살피도록 안내한다.[5] 받을 권리가 생기기 전 퇴직하면 어떻게 되는지, 받은 뒤 팔 수 있는지는 계약마다 다르다.

그러나 이 위험이 있다고 주식 보상을 피하라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회사의 성장을 더 오래 함께 누리고 싶은 직원도 있고, 당장 주거비나 생활비로 쓸 현금이 필요한 직원도 있다. 같은 회사를 믿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보유 기간은 다르다. 일정한 현금 보상 위에 주식 선택권을 두는 방식은 이 차이를 반영할 수 있다. 다만 선택권을 넓힐수록 회사의 현금 부담과 운영 비용이 커질 수 있어, 그 범위도 협상 대상이다.

국내 논의에서도 이 구분이 중요하다. 9월 16일 아시아경제는 SK하이닉스 임단협 수정안에서 성과급의 현금 비중이 첫 잠정합의안의 40%에서 50%로 높아졌고, 현금분을 추가로 주식으로 바꾸는 선택권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6] 합의서 원문은 확보하지 못했다. 이 비율만으로 실제 권리나 최종 계약의 유불리를 판단하지는 않는다.

이 사례에서 물을 것은 현금과 주식 중 무엇이 늘 옳으냐가 아니다. 이미 이룬 성과를 어떤 형태로 받을지 고르는 일과, 앞으로 더 근무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면 받을 주식을 새로 약속하는 일은 목적이 다르다. 둘은 한 제도에 함께 들어갈 수 있다. 그때 과거의 기여에 대한 권리와 앞으로 충족할 조건이 분명히 설명돼야 혼선이 없다.

◇올해의 성과와 다음 기술을 함께 보상하려면

NEXT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두 보상을 연결하되 구분하는 설계를 제안한다. 이미 발생한 성과를 나눌 때는 산정 기준과 현금·주식 선택 범위를 먼저 정한다. 다음 세대 개발에 필요한 장기 보상은 따로 약속하고, 재직 기간만이 아니라 회사가 맡기려는 일과 연결해 설명한다. 기존의 현금 보상을 주식으로 바꾸기만 해 놓고 미래의 성과에 참여할 기회가 늘었다고 설명하는 것은 이 설계와 거리가 멀다.

기간을 길게 잡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개발 과제의 성격에 따라 단계적으로 권리가 확정되게 하고, 다음 과제로 옮겨 갈 때 새 보상을 논의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모든 권리가 한 번에 확정되는 날에 이직 유인이 몰리는지도 점검 대상이다. 다만 계속 새 보상으로 붙잡는 방식은 회사가 부담할 비용도 쌓는다. 유지할 인력이 누구인지, 해당 팀이 만든 성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 없이 일률적으로 확대할 수는 없다.

기술 목표를 보상 조건으로 삼을 때는 실패를 숨기지 않게 하는 장치가 관건이다. 달성하기 쉬운 시연만 고르거나, 고객의 설계 변경 때문에 지연된 일을 전부 직원 책임으로 돌리면 장기 보상이 오히려 개발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 개인과 팀이 통제할 수 있는 성과를 평가하고,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조건 조정 절차를 미리 두는 편이 낫다.

주식으로 준다고 기업의 부담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새 주식을 발행하면 기존 주주의 몫이 희석될 수 있고, 지급할 주식을 시장에서 사면 현금이 든다. 회사가 직원에게 돌아갈 성장의 몫과 주주가 부담할 비용을 함께 설명하는 이유다.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노사의 논의와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주주의 관심이 여기서 만난다.

주식 보상은 필요한 사람과 더 오래 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스톡옵션 연구가 보여 준 이직 감소는 상당 부분 일시적이었다. 그래도 그 시간이 다음 제품의 설계와 양산을 함께 마칠 시간이라면 기업에 가치가 있다. 한국 반도체의 RSU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는지는 실제 결과로 확인할 일이다.

NEXT가 한국 기업에 권하는 방향은 이미 이룬 성과의 몫을 분명히 지급하면서, 다음 개발을 함께할 사람에게 별도의 성장 참여 기회를 주는 것이다. 시행 뒤 평가는 권리 확정일까지 남은 사람의 수에서 그치지 않는다. 개발팀이 맡은 일을 마쳤는지, 다음 과제에서도 경험이 이어졌는지가 함께 들어간다. 이 보상이 겨냥하는 것은 직원이 기다릴 만한 미래이자, 기업이 함께 제품을 완성할 시간이다.

출처

[1] SK hynix, 2026 Global Forum, 2026.9.21. ↩

[2] NVIDIA, 2026 Annual Review, PDF 88쪽(위임장 69쪽)·150쪽(연차보고서 62쪽). ↩

[3] SK hynix, TSMC와 HBM 기술 협력 발표, 2024.4.19. ↩

[4] Aldatmaz·Ouimet·Van Wesep, The Option To Quit: The Effect Of Employee Stock Options On Turnover, CES working paper 14-06, 2014.1. ↩

[5] FINRA, Questions Employees Should Ask About Stock Awards, 2024.10.25. ↩

[6] 아시아경제, SK하이닉스 임단협 수정안 가결, 2026.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