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9일, SK하이닉스 이사회는 40조 원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여 모두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회사는 기존 주주환원 프로그램의 집행을 앞당기는 것이며, 재무건전성 목표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1] 돈을 벌었을 때 무엇부터 할지를 보여 준 큰 결정이었다.
반도체 호황의 이익이 갈 수 있는 곳은 네 갈래다. 주주에게 돌려줄 수 있고, 다음 공장에 넣을 수 있고, 함께 일한 직원의 보상을 늘릴 수 있고, 거래하는 기업의 여건을 개선하는 데 쓸 수 있다. 각각 이유가 있다. 이 선택들이 언제나 서로를 대체하지도 않는다. 연구원의 보상은 기술개발비이면서 노동의 대가다. 협력사의 생산이 안정되면 공급받는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
누구의 기여가 더 컸느냐는 논쟁은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기여의 크기를 정확한 비율 하나로 계산할 수 있다고 믿으면 협상은 더 어려워진다. NEXT는 노사와 주주가 같은 이익을 보고 있는지, 이미 약속한 지출과 새로 결정할 몫이 무엇인지부터 맞추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사상 최대 이익은 모두 횡재인가
SK하이닉스는 7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든 배경은 고부가 제품의 판매 확대, 그리고 D램·낸드 가격 상승이다.[2] 호황의 이익에는 제품을 만들어 공급할 능력과 시장의 가격이 함께 작용한다.
이익이 늘어난 경로는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 기술을 먼저 개발한 기업이 높은 가격을 받는 경우다. 둘째, 공급이 부족해 업계의 가격이 오르는 경우다. 셋째, 환율이나 일회성 손익 때문에 회계이익이 달라지는 경우다. 셋은 서로 다른 현상이지만, 공개된 이익 총액만으로 각각의 몫을 정확히 분해할 수는 없다. 전년보다 늘어난 금액을 모두 경제학적 초과이윤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초과이윤을 따지려면 투입한 자본이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있었던 수익과 위험까지 고려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반대 방향의 오류도 있다. 기업이 과거에 위험을 졌다는 사실만으로 현재 성과가 모두 설명되지는 않는다. 불량을 줄이고, 장비를 안정적으로 돌리고, 고객의 요구에 맞춰 납기를 지킨 노동도 성과의 조건이다.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이유로 이 기여가 지워지지는 않는다.
시간도 변수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전체로는 영업손실을 냈지만 HBM3 매출은 크게 늘었다.[3] 불황기에 개발한 기술의 성과가 몇 년 뒤 나타난다면, 한 해의 이익만으로 보상과 투자의 기여를 가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과거 손실을 모두 만회할 때까지 직원이 기다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손실을 어느 기간에 걸쳐 계산할지, 직원이 그 기간에 어떤 부담을 이미 졌는지도 협상 대상이다. 호황에는 위험이 사라졌다고 하고 불황에는 모든 위험을 직원에게 돌리는 규칙은 오래 신뢰받기 어렵다.

◇이익을 나누는데 왜 회계부터 따지나
성과급 지급액과 남은 영업이익을 나란히 비교할 때, 이미 반영된 비용을 한 번 더 빼면 계산이 틀어진다. 국제회계기준 IAS 19는 해당 기준이 다루는 이익분배·보너스 의무가 조건을 충족하면 직원의 근무에 따른 비용으로 인식하도록 한다. 주식기준보상은 별도 기준을 따른다.[4]
SK하이닉스의 2026년 2분기 발표에는 영업이익 약 60조5000억 원과 순이익 약 93조9000억 원이 함께 나온다.[2] 같은 분기인데도 어떤 이익을 쓰느냐에 따라 기준 금액이 크게 다르다. 이 차이만 보고 특정 성과급 산식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먼저 확인할 것은 합의된 기준이 무엇이냐다.
문제는 분모다. 보너스 비용을 이미 반영한 이익과 반영하기 전 이익은 같은 산식의 분모가 될 수 없다. 연결 실적인지 국내 법인 실적인지, 일회성 손익이 들어가는지에 따라서도 값이 달라진다. '이익의 몇 퍼센트를 지급한다'는 문장에 분모의 정의가 빠지면 직원은 자기 몫을 계산하기 어렵다.
현금은 또 다른 문제다. 제품을 팔아 이익을 인식한 시점과 돈을 받은 시점은 다를 수 있다. 공장에 들어간 현금이 그해 손익계산서에 전부 비용으로 잡히지도 않는다. 장래 투자 약정은 지금 통장에 있는 돈과 한데 놓고 읽을 대상이다. 이익이 크다고 모든 현금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이런 구분을 설명 없이 내세워 지급 약속을 바꿀 수는 없다. 노사가 이미 정한 산식과 권리는 존중받는 것이 원칙이다. 앞으로의 규칙을 바꾸려면 기존 약속을 이행하는 일과 새 조건을 협상하는 일을 나눠서 다룬다. 직원이 성과를 낸 뒤에 계산법을 바꾸면 다음 약속도 믿기 어려워진다.
모든 직원이 회계 전문가가 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노사가 인정한 검증 주체가 산식의 분모와 조정 항목을 대조하고, 직원은 자기 금액이 어떻게 나왔는지 설명을 듣는 구조면 된다. 이익이 늘었는데 보상이 줄었다면 어떤 항목 때문인지 직원이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그 구조의 핵심이다.
◇투자비와 보상, 주주환원을 한 표에 올리면
경영진은 다음 기술을 위해 현금을 남겨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타당한 논거다. 다만 투자 총액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어떤 보상도 늘릴 수 없다는 결론까지 입증되지는 않는다. 이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당장 집행할 계약, 수요에 따라 바꿀 지출, 장기 구상을 나눠 설명하는 수밖에 없다.
노조 쪽에도 위험이 있다. 현재의 최고 이익이 계속된다는 가정에만 기대 고정적인 약속을 만들면 경기가 꺾일 때 부담이 된다. 기본급과 변동 성과급의 역할을 구별하고, 경기 하락기에 무엇이 달라지는지까지 논의에 올라야 협상이 완결된다. 직원에게 필요한 안정성과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변동 폭을 함께 보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노동 강도나 휴식, 안전 문제는 보너스 액수로 대체되지 않는다.
주주환원도 같은 테이블에 오른다. SK하이닉스는 8월 발표에서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의 50%를 넘는 수준으로 환원 목표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1] 영업이익의 절반을 돌려준다는 말이 아니다. 잉여현금흐름의 정의와 해당 기간, 투자 집행을 함께 읽어야 뜻이 잡힌다. 자사주 매입 결의 역시 발표 당일 그 돈이 모두 나갔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사주를 샀다고 곧바로 기술 투자가 줄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수익성 있는 투자 기회와 재무 여력이 충분하면 둘 다 가능하다. 그런데 보상에는 투자 부담을 들어 제약을 말하면서 주주환원에는 같은 기준을 대지 않는다면, 직원이 의문을 품는 것도 자연스럽다. 현금 제약을 주장하는 쪽은 모든 큰 사용처를 같은 기간과 가정 위에서 비교해 보여야 설득력을 얻는다.
이 비교는 공개적인 경영 간섭과는 다르다. 고객별 주문과 비밀 공정을 노사 협상장 밖에 모두 공개하자는 것이 아니다.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절차 아래에서, 어떤 시나리오에서 어느 지출이 어려워지는지를 검증하자는 것이다. 낙관적인 전망에서는 넉넉하고 보수적인 전망에서는 모자란다면, 어느 가정을 채택하느냐가 협상의 핵심이 된다.
◇원청의 성과급은 협력사에 닿는가
반도체 산업의 이익을 원청 직원과 주주 사이에서만 나눠 보면 회사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다만 이번에 확인한 자료만으로는 협력사 직원들의 임금이나 보상 격차를 수치로 단정할 수 없다. 출발점은 원청의 평균 성과급을 협력사의 처우로 옮겨 읽지 않는 것이다.
협력사 지원 정책도 종류가 다르다. 금융위의 2월 P5 지원 발표에는 삼성의 출연을 바탕으로 한 2000억 원 규모 협력사 특례보증 프로그램 계획이 담겼다.[5] 이 금액은 삼성의 현금 출연액이 아니고, 협력사 노동자에게 지급할 돈도 아니다. 보증 프로그램의 규모다. 금융 접근성을 돕는 일과 직원 보상을 개선하는 일은 같은 성과가 아니다.
호황의 이익이 거래 관계를 따라 이어지는지는 실제 납품 조건에서 드러난다. 확인 항목은 세 가지다. 물량이 늘었을 때 필요한 설비와 인건비를 누가 먼저 부담하는지, 주문이 바뀌면 그 비용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대금을 제때 받는지다. 특정 기업이 비용을 전가했다는 주장이 아니라 거래의 지속성을 평가할 항목이다. 협력사에 보증을 제공하면서 다른 계약 조건이 나빠진다면 보증액만으로 상생의 정도를 판단할 수 없다.
개별 회사의 노사 합의로 산업 전체의 분배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책임질 영역은 셋으로 나뉜다. 기업 간 계약은 거래 당사자가, 공공 지원의 성과는 정부가, 직원의 권리와 조건은 노사가 맡는다. 모든 문제를 원청의 성과급 비율 하나에 얹으면 이 책임들이 오히려 흐려진다.
◇이익이 커져도 보상이 저절로 따라가지 않는 이유
제품 가격이 올라 원청의 이익이 늘어도 그 돈이 모든 참여자에게 같은 경로로 가지는 않는다. 직원은 회사와 정한 임금·성과급 조건에 따라 보상을 받고, 협력사는 납품 계약의 대금으로 수입을 얻는다. 납품 단가를 고정한 계약이라면 원청의 이익이 늘어도 협력사 매출은 납품 물량이나 계약 변경을 거쳐서야 달라진다. 특정 회사의 실제 계약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이익 증가가 산업 전체의 처우 개선으로 자동 연결되지 않는 구조를 보여 주는 예다.
보증은 이 경로의 다른 지점을 돕는다. 필요한 운전자금을 빌릴 수 있게 해 줘도 납품으로 남기는 이익이나 직원의 임금이 함께 오르지는 않는다. 그래서 협력사 금융 지원, 거래 조건 개선, 협력사 내부의 보상 협의는 따로 따져 볼 항목이다. 원청이 단가를 올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단가를 올리더라도 품질·생산성·비용 변화를 반영한 계약이 전제이고, 늘어난 대금이 직원에게 어떻게 이어질지는 별도의 문제다.
원청 안에서도 성과급이 노동 조건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일시적인 호황의 보상, 매달의 생활을 지탱하는 기본급, 교대 인력과 휴식은 맡는 역할이 다르다. 주문 증가를 기존 인원의 추가 근무로 감당했다면, 보너스 총액만 비교해서는 그 성과를 내는 데 더 들어간 노동이 보이지 않는다. 실제 근무시간과 인력 배치를 함께 놓아야 기여와 부담을 한자리에서 논의할 수 있다. 특정 사업장의 과로를 확인했다는 주장은 아니다. 노사가 무엇을 근거로 협상할지에 대한 제안이다.
◇정답 비율보다 먼저 정할 것
반도체가 번 돈에서 노동·자본·과거 투자·시장 여건의 몫을 객관적인 숫자 하나로 떼어 내기는 어렵다. 그 어려움 때문에 협상을 한다. 노동의 기여가 있다는 말도, 주주가 위험을 부담했다는 말도 상대의 권리를 지우는 만능 답은 아니다.
NEXT는 바꿀 수 있는 것이 협상의 순서라고 본다. 첫째, 이익과 현금의 범위, 이미 약속한 보상과 투자 의무를 맞춘다. 둘째, 새로 나눌 몫과 유보할 이유를 논의한다. 셋째, 수요가 달라졌을 때 적용할 조정 절차를 정한다. 단계마다 합의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드러나면, 욕심이 많다거나 미래를 모른다는 비난보다 생산적인 논쟁이 가능하다.
호황에 번 돈으로 남는 것은 공장과 기술만이 아니다. 잘됐을 때 어떤 몫을 받고 어려워지면 어떤 부담을 질지 예측할 수 있다는 신뢰도 남는다. 그 신뢰를 만들지 못하면 다음 투자는 돈을 확보하고도 함께 일할 사람을 설득하는 데서 다시 막힐 수 있다.
출처
[1] SK하이닉스, 40조 원 자사주 매입·소각 및 주주환원 계획, 2026.8.19.. ↩
[2] SK하이닉스, 2026년 2분기 경영실적 발표, 2026.7.29.. ↩
[3] SK하이닉스, 2023년·4분기 경영실적 발표, 2024.1.25.. ↩
[4] IAS 19 Employee Benefits, 2021 issued edition, 2항·19~23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