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2026년 6월 8일 평양 정상회담 발표문에는 협력할 분야가 길게 이어진다. 외교와 군사 교류, 경제와 농업, 과학기술과 보건이다. 시진핑은 국경 통행과 항공·열차 운행 재개를 교류 확대의 기회로 언급했다. 김정은은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1] 두 나라가 멀어지고 있다는 설명으로는 읽히지 않는 문서다.

두 달 뒤 북한 매체를 분석한 레이철 민영 리의 관찰은 결이 다르다. 북한이 안보 문제에서는 중국과 입장을 가까이하면서도 관계를 표현하는 말은 아끼고, 러시아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연대를 표시한다는 것이다.[2] 리가 비교한 것은 표현이다. 중국은 6월 회담에서 피로 맺어진 우의를 강조했는데, 북한의 7월 조약 기념 보도에서는 그 표현이 빠졌다. 8월 러시아 관련 보도에는 피로 맺어진 유대가 등장했다. 공개 메시지의 온도 차이다. 정책 협력이 멈췄다는 증거는 아니다.[1][2]

둘 중 하나를 버릴 이유는 없다. 북한은 중국과 협력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 요란하게 과시할 수 있다. 세 정상이 함께 사진을 찍느냐보다, 각국이 무엇을 주고받으며 어디까지 위험을 감수하느냐가 한국에 중요한 질문이다.

한국이 빠지기 쉬운 오판은 두 가지다. 첫째는 북중러를 하나의 단단한 덩어리로 보는 것이다. 그러면 외교로 바꿀 여지를 놓친다. 둘째는 내부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협력의 위험을 가볍게 보는 것이다. 그러면 실제로 오가는 무기와 자원을 놓친다. 방향은 반대지만, 상대의 거래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같은 실수다.

러시아에 북한은 당장 필요한 나라가 됐다

2024년 6월 19일 평양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러시아 대통령실 제공 사진이다.
2024년 6월 19일 평양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러시아 대통령실 제공 사진이다.
사진: Presidential Executive Office of Russia / Kremlin.ru · Vladimir Putin and Kim Jong-un (2024-06-19) 06.jpg · CC BY 4.0

북러 관계를 이념적 친밀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는 전쟁이다. 러시아는 계속 소모되는 군수품과 인력이 필요하고, 북한은 자원과 군사 협력, 외교적 후원이 필요하다. 서로 가진 것이 상대의 급한 수요와 맞물린다.

MSMT의 2025년 첫 보고서는 북한의 대러 무기 공급과 병력 파견, 러시아의 대북 방공 장비 제공과 군사 훈련 지원 등을 조사했다.[3] 참여국의 정보와 분석에 근거한 보고서여서 개별 거래를 모두 독립적으로 확인한 자료는 아니다. 보고서가 그린 것은 일방적 원조를 넘어선 상호 지원의 관계다.

한국이 눈여겨볼 것은 러시아가 받는 물자의 양만이 아니다. 북한이 그 대가로 무엇을 얻느냐가 한국 안보에 더 오래 영향을 준다. 돈이나 에너지는 쓰면 줄어든다. 특정 장비를 운용하고 정비하는 능력, 조직이 쌓은 경험은 거래가 끝난 뒤에도 남을 수 있다. 그래서 NEXT는 무기 거래의 규모와 북한 군사력의 질적 변화를 따로 추적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기술 이전은 품목별 증거와, 그것을 실제로 쓸 능력까지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다.

전쟁이 끝나면 이 관계도 예전으로 돌아갈까. 러시아의 긴급 수요가 줄면 북한의 협상력은 약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만들어진 협력 조직과 생산 관계, 정치적 약속까지 한꺼번에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임을출과 이종은은 2026년 8월 분석에서 북한의 대러 지원을 당장의 거래를 넘어 장기적 안보 관계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했다. 병력 손실과 해외 경험의 유입, 추가 파견의 부담도 함께 짚었다.[4] 이 분석대로라면 ‘종전이 오면 북러 밀착도 풀린다’는 기대에만 기대어 계획을 세우기는 어렵다.

관계가 오래갈지는 전쟁 뉴스 다음에서 드러난다. 임시 공급 계약이 공동 생산이나 반복 훈련으로 이어지는지, 특정 정치인이 방문하지 않아도 실무 협력이 계속되는지, 러시아의 수요가 달라져도 북한에 대한 지원이 유지되는지가 지표다. 협력이 제도로 굳었는지는 정상회담 횟수가 아니라 이런 변화로 판단한다.

◇중국 발표문에 '비핵화'는 없었다

중국은 러시아와 다른 조건에서 북한을 상대한다. 국경을 맞대고 있어 한반도가 불안정해지면 곧바로 자기 주변의 문제가 된다. 북한을 통해 얻는 전략적 이익과 북한 때문에 떠안는 위험을 함께 계산한다. 그렇다고 중국이 언제나 안정만 원하고, 그래서 한국과 같은 정책을 고를 것이라고 가정할 수는 없다. 중국이 말하는 안정에는 자기 주변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계산도 들어갈 수 있다.

6월 정상회담의 중국 측 발표에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없다.[1] 눈여겨볼 부재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법적으로 인정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공식 발표에서 강조하지 않은 의제와 국가의 법적 입장 변경은 별개의 사건이다. 둘을 섞으면 변화의 징후를 읽으려다 확인되지 않은 결론을 만들게 된다.

북한이 중국과 거래하고 중국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해서 중국이 북한의 모든 행동을 통제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지원을 끊으면 상대가 양보할 수도 있지만, 더 위험한 행동으로 맞서거나 다른 후원자를 찾을 수도 있다. 압박하는 쪽도 그 결과를 떠안는다.

러시아와의 관계는 북한에 그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러시아가 중국의 경제적 역할 전체를 대신하지 않더라도, 특정 분야에서 선택지 하나만 더 생기면 북한이 중국에 내걸 수 있는 조건이 달라진다. 이 효과가 얼마나 큰지는 실제 공급과 결제, 운송이 계속되는지를 확인해야 알 수 있다.

그래서 중국에 ‘북한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란다. 중국이 어떤 행동을 막을 능력이 있는지, 막는 편이 중국에도 이로운지, 실제로 조치를 했는지를 한국이 확인할 수 있을 때 요청이 의미를 갖는다. 핵·미사일 전용이 의심되는 특정 거래의 자료를 넘기고 조사 결과를 요구하는 일과, 중국이 북한의 전략 전체를 바꿔 주기를 기대하는 일은 성공의 조건부터 다르다.

차이가 있다고 협력이 약한 것은 아니다

2024년 5월 16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환영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실 제공 사진이다.
2024년 5월 16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환영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실 제공 사진이다.
사진: Presidential Executive Office of Russia / Kremlin.ru · Xi Jinping and Vladmir Putin at welcoming ceremony (2024).jpg · CC BY 4.0

북한은 중국의 지시를 받는 수동적인 말도, 러시아에 자원을 파는 공급업체만도 아니다. 두 나라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조건을 이용하는 행위자다. 핵 능력을 협상 대상으로 보느냐, 체제의 장기 자산으로 보느냐에 따라서도 외교적 선택은 달라진다. 북한의 판단을 빼고 보면, 중국이나 러시아와 합의한 뒤 북한이 따르지 않는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러면 세 나라의 차이를 파고들어 북한을 고립시키면 되나. 상대를 보는 관점과 치를 비용이 달라도, 특정 사안에서는 함께 움직이는 편이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다. 북한을 압박하는 국제적 조치에 반대하거나 미국의 지역 영향력을 견제하는 일에서 협력은 유지될 수 있다. 공동의 군사 지휘체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정치적 후원과 자원 교환의 효과까지 작아지지는 않는다.

공동성명에서 서로를 강하게 지지해도,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 같은 비용을 치른다는 보장은 없다. 무기를 대는 일,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는 일, 자국 병력을 전쟁에 보내는 일은 각각 다른 결정이다. ‘같은 편’이라는 말은 이 단계를 한꺼번에 지워 버리기 쉽다.

한국의 정보 평가도 이 단계를 나눠서 하는 편이 낫다. 외교적 지지, 물자와 기술의 이전, 훈련과 작전의 연계, 위기 때의 군사적 약속은 따로 본다. 하나가 강해졌다고 나머지도 이미 완성됐다고 발표하면 위협은 커 보이지만 대응은 흐려진다. 어떤 협력을 늦추거나 막을지 가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세 나라를 떼어 놓는 대신 거래 하나를 막는다

한국이 세 나라의 관계를 재편할 수 있다고 말하는 순간 정책은 거창해진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대하는 이유에는 한국이 바꾸기 어려운 미중 경쟁과 유럽의 전쟁이 들어 있다. NEXT는 한국 외교의 성과를 그 거대한 관계가 해체되느냐로 매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목표는 더 좁게 잡을 수 있다. 중국에는 불법 금융 중개처럼 자국의 금융질서 관리와도 겹치는 사안부터 집행 협조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MSMT는 중국의 자금세탁 감시 강화가 북한의 송금 방식을 바꾼 사례를 보고했다.[5] 그 협조가 다시 나오는지 시험해 보자는 것이다. 자료를 넘기는 것 자체를 새 해법이나 성과로 내세울 일은 아니다. 러시아가 직접 관여한 거래는 러시아의 자발적 차단을 기다리기보다, 한국과 협력국이 관할하는 결제·조달 경로에서 조치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편이 현실적이다. 외교 채널은 그 조치를 통보하고 위기 때의 오해를 줄이는 데 쓸 수 있다.

제재 위반 대응과 외교적 연락은 함께 갈 수 있다. 거래 중단을 요구하면서 사고와 오판을 막는 대화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자동 반응이다. 대화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위반을 덮거나, 제재를 발표했다는 이유로 다른 연락까지 끊는 식이다. 각 수단이 무엇을 바꾸려는지가 먼저 정해져 있으면 이런 반응은 줄어든다.

비용도 따른다. 기업을 겨냥한 조치는 상대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고, 조사에 쓴 정보는 공개하지 못할 수 있다. 근거 없이 넓게 제재하면 무관한 거래가 위축되고 협조할 주체도 줄어든다. 외교·정보·금융 당국이 같은 증거를 함께 검토하고, 조치 뒤 경로가 바뀌었는지 추적할 역량을 갖추는 일이다. 상대의 의도를 비난하는 성명보다 오래 걸리고, 성과를 설명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판단 기준은 분명히 세울 수 있다. 세 나라가 덜 친해 보이느냐가 아니라, 한국에 위험한 특정 협력이 줄었느냐다. 줄지 않았다면 대응할 준비가 나아졌느냐다. 관계의 틈을 찾는 외교와, 그 틈이 끝내 벌어지지 않을 때의 대비는 한 묶음이다.

지금 자료로 보면 북러 관계에는 전쟁에 필요한 자원의 교환이 있다. 북중 관계에는 폭넓은 협력과 북한의 절제된 대중 메시지가 함께 있다. 이 차이가 한국에 손쉬운 분리 외교를 허락하지는 않는다. NEXT는 한국이 세 나라의 결별을 기다리기보다 차단할 거래를 특정하고, 상대국의 이해와 겹치는 집행을 시험하는 쪽이 낫다고 본다. 협조가 없을 때는 방어와 독자 집행으로 메울 준비까지 갖추는 편이 현실적이다.


출처

[1] 중국 외교부, Xi Jinping Holds Talks with Kim Jong Un, 2026.6.8.

[2] Rachel Minyoung Lee, North Korea’s Restrained Signaling Toward China Continues, 38 North, 2026.8.21.

[3] MSMT, Unlawful Military Cooperation including Arms Transfers between North Korea and Russia, 2025.5.29.

[4] Eul-Chul Lim·Jong Eun Lee, All the Way With Moscow?, 38 North, 2026.8.25.

[5] MSMT 해외 노동 보고서, 2026.9.16, 인쇄 13쪽(PDF 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