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새울원자력본부의 새울 1·2호기. 2022년 7월 한국수력원자력이 공개한 자료사진이다. 2017년 공론화 대상이었던 새울 3·4호기(옛 신고리 5·6호기)가 같은 본부에 있다.
울산 울주군 새울원자력본부의 새울 1·2호기. 2022년 7월 한국수력원자력이 공개한 자료사진이다. 2017년 공론화 대상이었던 새울 3·4호기(옛 신고리 5·6호기)가 같은 본부에 있다.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 Saeul Nuclear Power Plant Units 1 and 2.jpg · 공공누리 제1유형

2017년 10월 20일 서울.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시민참여단 471명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건설 재개 59.5%, 중단 40.5%. 같은 조사에서 원전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53.2%였다.[1] 나흘 뒤 국무회의는 공사 재개를 결정했고, 에너지전환 로드맵도 함께 의결했다.[2] 공사 재개와 원전 비중 축소라는 두 개의 권고가 한꺼번에 나왔다.

2026년 9월 22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다시 원전 공론화 계획을 발표했다. 약 석 달 동안 시민참여단이 학습하고 토론해 12월께 권고안을 내면, 이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이다.[3] 김 장관은 "우리 사회가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소위 에너지의 원전과 재생을 둘러싸고 거의 8년간 제로섬에 가까운 게임을 해왔다"고 했다.[4]

정부가 원전을 두고 국민 의견을 물은 것은 올해만 두 번째다. 1월에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이미 반영된 신규 원전을 그대로 추진할지를 여론조사로 물었다.[5] 이번에는 2017년처럼 시민참여단 숙의 방식을 택했다. 원자력계와 환경단체에서는 서로 다른 이유로 비판이 나왔다. 시민이 실제로 무엇을 정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비교해 정하는지가 이번 공론화의 쟁점이다.

◇시민참여단은 어디까지 권고하나

2017년의 질문은 공사 중인 원전 2기를 계속 지을지 말지였다. 이번 공론화는 신규 원전 찬반을 단순히 묻지 않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경제성, 전력망 여건, 안전, 탄소중립 같은 여러 가치를 놓고 앞으로의 전력 공급에서 원전이 맡을 역할을 논의한다는 것이다.[3]

기존 사업은 이번 공론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11차 계획에 반영된 영덕 원전과 계속운전을 신청한 원전이 여기에 해당한다.[3] 한수원은 올해 6월 대형원전 2기의 최종 후보부지로 경북 영덕을, 소형모듈원전(SMR) 최종 후보부지로 부산 기장을 선정했다.[6]

공론화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11명 이내로 꾸린다.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에너지 분야에서 원전과 이해관계가 없는 인사를 추천받는다. 원전 분야 전문가는 별도 전문위원회에서 정보를 제공한다. 시민참여단 숙의와 함께 공개토론회와 온라인 의견 수렴이 진행되고,[7][3] 숙의 전후 의견을 비교하는 조사도 한다.[8] 이번 발표에는 시민참여단 규모가 제시되지 않았다.

권고는 결정이 아니다. 기후부는 공론화 권고를 전문가 분석과 함께 검토해 12차 계획을 세우고, 신규 원전을 몇 기 반영할지 같은 구체적인 결정은 정부가 한다.[3] 당초 10월로 예정됐던 12차 계획 정부안 마련은 연말로 미뤄졌다.[3] NEXT가 보기에 시민이 정하는 것은 숫자라기보다 방향에 가깝다.

◇세 번의 조사는 같은 질문을 했나

"국민은 이미 답했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있다. 기후부가 1월 21일 발표한 조사에서 원전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한국갤럽 89.5%, 리얼미터 82.0%였다. 11차 계획의 신규 원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도 각각 69.6%, 61.9%였다. 한국갤럽은 1,519명을 전화면접으로, 리얼미터는 1,505명을 ARS로 조사했다.[5]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6월 12~15일 전국 성인 2,000명에게 물은 조사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9.2%였다.[9]

그런데 같은 1월 조사에는 다른 질문도 있었다. 앞으로 어떤 발전원을 늘려야 하느냐는 질문에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재생에너지 48.9%, 원전 38.0%로 11%p 가까이 차이가 났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재생에너지 43.1%, 원전 41.9%로 비슷했다.[5] 원전이 필요하다는 데는 열 명 중 여덟아홉이 동의했지만, 무엇을 더 늘릴지 고르게 하자 원전을 꼽은 응답은 열 명 중 네 명 안팎이었다.

6월 조사의 세부 문항도 비슷한 간극을 보여준다. SMR을 안다는 응답은 39.7%였지만, 설명을 들은 뒤 SMR 개발·활용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86.8%였다. 거주지나 근무지 인근에 원전을 짓는 데 찬성한 비율은 56.3%였다.[10] 산경e뉴스는 이 조사 19개 문항 가운데 18개가 원전 관련 문항이었다며 설계가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비판했다.[11]

1월 조사 때는 절차가 문제가 됐다. 정부가 조사 기관과 문항을 미리 공개하지 않자 '깜깜이 공론화'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응답자가 미리 학습해 결과가 왜곡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고 설명했다.[12][5]

이번 공론화를 향한 비판도 두 갈래다. 한국원자력학회는 발표 당일 「국민이 이미 답한 질문을 다시 묻는 '원전 공론화', 이번에는 종결짓자」는 성명을 냈다. 원전만 떼어 묻지 말고 재생에너지·가스를 포함한 전원 구성 전체의 비용을 함께 제시할 것, 조사 문항과 학습 자료를 미리 공개할 것, 원전 전문가를 배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13] 환경단체 쪽 비판은 방향이 다르다. 김혜정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 대표는 정부 인사들이 추가 건설 필요성을 강조한 뒤 원전 정책을 맡은 기후부가 공론화위를 구성하는 방식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대형 사업들의 전력 수요부터 불확실하니 수요에 관한 공론화가 먼저라고 했다.[14]

두 비판의 결론은 다르다. NEXT는 두 비판을 함께 읽으면 공통의 쟁점이 드러난다고 본다. 어떤 수요 전망을 전제로, 어떤 대안과 비교해 원전의 역할을 묻느냐다.

◇넉 달 만에 높아진 2040년 수요 전망

이번 공론화의 배경에는 수요 전망의 급격한 상향이 있다. 정부는 8월 12차 계획 대국민 토론회에서 2040년 최대전력 전망을 기준 158.4GW, 상향 165GW로 제시했다. 수요관리 효과를 반영한 뒤의 수치로, 4월 전망보다 26.6~26.8GW 높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데이터센터의 추가 수요 전망을 크게 올려 잡은 결과다.[15] 머니투데이는 늘어난 전망치가 대형 원전 19기와 맞먹는다고 환산했다.[16]

이 전망은 기업의 투자 계획에 크게 기대고 있다. 공장과 데이터센터가 계획대로 들어서면 전력이 모자랄 수 있고, 투자가 늦어지거나 줄면 전망이 과해질 수 있다. 수요가 전망에 못 미치면 새로 지은 설비의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려워지고, 공급 확충이 늦으면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NEXT는 이 불확실성을 공론화의 전제로 깔기보다 비교 대상에 올리는 편이 낫다고 본다.

◇공론화가 실제 사업 일정을 늦추나

원자력계는 공론화가 시간을 허비한다고 본다. 원전은 결정부터 가동까지 오래 걸리니 오히려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사업 기간이 긴 것은 사실이다. 신한울 3·4호기는 2016년 1월 건설허가를 신청했다. 2017년 10월 정책 결정으로 사업이 중단됐다가 2022년 7월 재개됐다.[17] 착공식은 2024년 10월 30일에야 열렸다.[18] 2017년 공론화의 대상이었던 새울 3호기(옛 신고리 5호기)는 올해 4월 시험운전에 들어갔다.[19] 국산 SMR인 i-SMR은 2028년 말 표준설계인가, 2035년께 초도호기 준공을 목표로 한다.[20]

전력망도 같은 시간표 안에 있다. 동해안 원전의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선로는 주민 반발과 인허가 갈등으로 늦어졌고, 동해안∼신가평 일부 구간의 사업 기간은 2025년 5월 2026년 6월에서 2027년 6월로 1년 연장됐다.[21]

이번 공론화가 실제 공급 시점을 얼마나 늦출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는 기존 사업 절차를 공론화를 이유로 중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3] 늦어지는 것은 12차 계획에 추가로 담을 설비의 결정이다. 그 지연이 부지 선정, 인허가, 발주 일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정부안 일정과 개별 사업 일정을 맞춰 봐야 판단할 수 있다.

2017년과는 조건이 다르다. 그때는 실제로 공사를 약 석 달 멈췄고, 한수원은 일시중단 비용을 약 1,385억 원으로 보고했다. 보상 협의가 끝나기 전 금액이다.[22]

◇건설 재개는 이행됐고, 원전 비중 정책은 바뀌었다

2017년 권고의 두 갈래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건설 재개 권고는 이행됐다. 원전 비중을 줄이라는 권고는 에너지전환 로드맵으로 이어졌지만,[2] 다음 정부는 원전 확대로 정책을 바꿨다. 신한울 3·4호기 사업이 재개된 것도 이때다.[17] 공론화 권고에는 대상과 유효기간이 다른 판단이 함께 담길 수 있다. 김 장관이 거의 8년간 제로섬에 가까운 게임을 해 왔다고 한 것은 이 과정을 가리킨다.

2017년 공론화를 두고는 시민참여단의 대표성과 결정의 정당성을 둘러싼 학술적 논의도 이어졌다.[23] 2019년 출범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에서도 대표성과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고, 정정화 위원장은 2020년 6월 사퇴했다.[24]

해외에서도 표결 결과와 정책 사이의 거리가 드러났다. 대만은 2025년 8월 마안산 원전 재가동 국민투표에서 유효투표의 74%가 찬성했지만, 찬성표가 전체 유권자의 25%에 못 미쳐 부결됐다.[25] 스위스는 2017년 국민투표로 신규 원전 건설 금지를 담은 에너지법을 승인했다.[26] 올해 의회가 금지 해제 법안을 승인하자, 이에 반대하는 국민투표 청원에 필요한 서명이 모였다.[27]

◇비교 자료와 반영 방식을 먼저 정한다

NEXT는 이번 공론화가 앞선 조사들과 다른 답을 내려면, 시민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권고를 어떻게 쓸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고 본다.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같은 조건에서 전원 조합을 비교하는 자료다. 원전을 더 짓는 조합, 재생에너지와 저장장치를 더 늘리는 조합, 가스발전 비중을 유지하는 조합을 놓고 같은 수요 전망, 같은 탄소 목표, 같은 공급 신뢰도 기준에서 비교한다. 발전비용과 소비자 전기요금은 구분해 보여준다. 재생에너지 쪽에는 저장장치·예비력·송전망 비용을, 원전 쪽에는 건설비 초과·금융비용·사용후핵연료·해체 비용의 가정을 적는다. 가정에 이견이 있으면 이견까지 공개한다. 계산은 정부와 전문위원회가 맡고, 공론화위원회는 그 자료가 공정한지 검증한다.

둘째, 수요 시나리오다. 158GW와 165GW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투자가 늦어지거나 줄어드는 경우와 수요관리 효과가 커지는 경우를 함께 보여준다.

셋째, 권고 반영 방식이다. 정부가 최종 계획을 내놓을 때 권고 항목별로 수용, 부분 수용, 불수용과 그 이유를 공개한다.

NEXT는 역할을 이렇게 나눠야 한다고 본다. 시민참여단은 어떤 위험을 얼마나 감수할지에 대한 가치 판단을 제시한다.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는 정부와 전문기관이 판단한다. 전국 단위 시민참여단의 권고가 원전 부지나 송전선이 지나는 지역 주민의 동의를 대신하지도 않는다.

이 제안에는 비용이 따른다. 조합별 비교를 새로 계산하려면 시간과 예산이 들고, 가정을 둘러싼 이견을 정리할 절차도 필요하다. 석 달 안에 이 모두를 갖추기는 쉽지 않다.

반론도 있다. 머니투데이는 사설에서 원전은 정권이 정치적 책임과 사명감을 갖고 나서야 할 결단의 영역이라고 했다.[28] 최종 결단이 정부 몫이라는 데는 NEXT도 동의한다. 이견은 결단의 근거에 있다. 비교 자료와 반영 사유를 공개해 두면, 다음 정부가 판단을 바꿀 때 무엇이 달라져 바꾸는지를 대조할 수 있다.

이 기준도 다시 따져 볼 수 있다. 비교 자료와 반영 사유를 공개한 뒤에도 핵심 비용 가정을 둘러싼 이견이 줄지 않거나, 추가 숙의가 필요한 결정을 실질적으로 늦춘다면 공론화의 범위와 기간을 다시 판단할 수 있다. 첫 점검 대상은 위원회 명단과 시민참여단의 첫 학습 자료다. 학습 자료에 전원 조합별 비교와 수요 시나리오가 들어가는지가 이번 공론화의 성격을 보여줄 것이다.


출처

[1] 정책브리핑,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권고 결과, 2017.10.20. ↩

[2] YTN, 국무회의 결과 브리핑 전문, 2017.10.24. ↩

[3] 정책브리핑,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원전 공론화 추진계획 브리핑, 2026.9.22. ↩

[4] 뉴데일리, 김성환 장관 원전 공론화 발언, 2026.9.23. ↩

[5] 정책브리핑, 기후에너지환경부 신규 원전 여론조사 결과 발표, 2026.1.21. ↩

[6] 아시아경제, 한수원 신규 원전 최종 후보부지 영덕·SMR 기장 선정, 2026.6.17. ↩

[7] 기후에너지환경부 보도자료(정부 소통 게시본), 원전 공론화 추진계획, 2026.9.22. ↩

[8] 쿠키뉴스, 정부 3개월 원전 공론화 추진, 2026.9.22. ↩

[9] 아시아경제, 에너지정보문화재단 2026년 2분기 에너지 국민인식조사, 2026.8.29. ↩

[10] 연합뉴스, 에너지 국민인식조사 세부 결과, 2026.8.28. ↩

[11] 산경e뉴스,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조사 문항 비판, 2026.8.30. ↩

[12] 한겨레(다음 전재), 신규 원전 찬반 대국민 여론조사 '깜깜이 공론화' 비판, 2026.1.13. ↩

[13] 에너토피아뉴스, 한국원자력학회 성명, 2026.9.22. ↩

[14] 경향신문, 3개월 원전 공론화 시작…'졸속' 논란 이번엔 넘을까, 2026.9.22. ↩

[15] 뉴스핌, 12차 전기본 수요 전망 대국민 정책토론회, 2026.8.20. ↩

[16] 머니투데이, 2040년 전력수요 165GW, 2026.9.22. ↩

[17]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록, 신한울 3·4호기 건설허가 심의, 2024.9. ↩

[18] 정책브리핑, 신한울 3·4호기 착공식, 2024.10.30. ↩

[19] 서울신문, 새울 3호기 시험운전 돌입, 2026.4.12. ↩

[20] 아시아경제, i-SMR 표준설계인가 신청, 2026.2.27. ↩

[21] 매일경제,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사업 기간 연장, 2025.5. ↩

[22] 서울신문, 신고리 5·6호기 일시중단 비용, 2017.10.30. ↩

[23] 한국행정학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평가 논문, 2018. ↩

[24]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장 사퇴 보도, 2020.6. ↩

[25] World Nuclear News, Low turnout invalidates Taiwan referendum result, 2025.8. ↩

[26] swissinfo, 에너지전략 2050 국민투표, 2017.5. ↩

[27] swissinfo, Swiss referendum against new nuclear power plants, 2026.9.20. ↩

[28] 머니투데이 사설, 2026.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