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PoorTom · Astute2.JPG · 저작자 공개 이용 허락
2026년 5월 국방부가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저농축우라늄을 쓰는 잠수함을 국내에서 설계·건조하는 장보고 N사업이다. 목표는 2030년대 중반 첫 함정 진수, 후반 이후 전력화다. 국방부는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개발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여기서 ‘핵’은 무장이 아니라 추진 동력을 뜻한다.[1]
그렇다면 핵추진은 한국 해군에 무엇을 더해 주나. NEXT는 두 가지 사실을 함께 놓고 본다. 핵추진은 물속에서 움직일 때의 동력 제약을 줄여 준다. 그러나 적을 찾는 문제까지 풀어 주지는 않는다.
◇‘핵’이 바꾸는 것은 물속에서의 선택지다
추진 방식이 중요한 것은 잠수함이 움직일 때 치르는 부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잠수함이 상대를 발견했는데 상대가 먼바다로 이동한다고 가정해 보자. 따라가려면 속도를 내야 하고, 추적을 이어 가려면 물속에 오래 머물러야 한다. 발견한 순간의 성능만으로는 이 임무를 끝낼 수 없다. 움직이는 동안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다음 행동을 좌우한다.
호주 의회가 AUKUS 관련 협정을 검토하며 정리한 자료도 같은 대목을 짚는다. 이 자료는 핵추진 잠수함의 장점으로 속도와 기동성, 충전을 위한 부상 필요가 줄어드는 데 따른 항속 능력을 든다. 호주 국방부의 마이클 제이콥슨 준장은 은밀성·항속·지속 능력의 결합을, 탐지되지 않은 채 어디에서 언제 작전할지 선택하는 능력으로 설명했다.[2]
핵심어는 ‘선택’이다. 이동에 쓸 에너지의 제약이 줄면 작전을 시작한 뒤에도 경로나 대응을 바꿀 여지가 커진다. 한 해역에서 기다리는 임무와 먼 거리를 이동하며 상대를 따라가는 임무는 요구하는 능력이 다르다. NEXT는 뒤의 임무가 중요할수록 핵추진의 이점도 커진다고 본다. 다만 이 호주 자료가 비교한 재래식 잠수함은 콜린스급이다. 호주의 작전 요구를 한국에 그대로 옮기거나, 한국 신형 재래식 잠수함과의 성능 격차를 이 자료로 계산할 수는 없다.
은밀성을 두고는 견해가 갈린다. 같은 호주 의회 자료에서 Australia Institute는 재래식 잠수함이 더 조용할 수 있다고 봤다. 동시에 위치가 드러났을 때는 핵추진 잠수함이 이탈하기 더 쉽다는 점을 인정했다. 호주잠수함청은 핵추진 잠수함이 더 은밀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2] 이 증언들로 개별 함정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드러나는 것은 조용히 머무는 능력과 노출된 뒤 벗어나는 능력처럼, 은밀성과 생존성을 좌우하는 조건이 여럿이라는 점이다.
◇오래 따라갈 수 있어도, 누가 먼저 찾아 주나
정부는 북한의 잠수함 기반 핵·미사일 위협 등에 대응하는 것을 사업 목적으로 내세웠다.[1] 군사적으로 타당한 논점이다. 상대를 발견한 뒤 움직임을 계속 파악하려면 오래 수중 기동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감시 장비를 더 들여온다는 말만으로 그 능력이 대신 생기지는 않는다.
문제는 발견과 추적이 다른 일이라는 데 있다. 상대의 위치를 알아내기 어렵다면 센서와 정보 수집·공유가 문제로 남는다. 접촉한 상대를 계속 따라가기 어렵다면 잠수함의 지속 기동 능력이 중요해진다. 두 어려움이 겹치면 두 분야에 함께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 추진 체계 하나를 바꿨다고 이 과정 전체가 나아졌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NEXT는 이 구별을 도입 찬반을 미루는 말이 아니라, 사업에 무엇을 담을지 정하는 기준으로 쓴다. 핵추진 잠수함을 지속 추적 임무에 투입하려면 그 임무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 전달하는 전력이 함께 준비돼 있어야 한다. 배의 성능과 정보 체계를 따로 완성한 뒤 연결을 고민하면 기대한 능력을 제때 얻기 어렵다.
한국 해군의 작전 공백이나 적정 도입 척수는 공개 자료로 계산할 수 없다. 그래서 NEXT의 판단은 이 범위에 그친다. 지속 추적이 필요한 임무라면 핵추진의 기동 능력은 다른 기능으로 간단히 대체하기 어렵다. 그 가치는 어떤 임무에 쓸지가 먼저 전력 구성에 반영될 때 한국의 안보 이익으로 바뀐다.
◇비교 대상인 재래식 잠수함도 제자리에 있지 않다
비교 상대를 과거의 잠수함에 묶어 두면 핵추진의 이익이 부풀려지기 쉽다.
2025년 10월 진수한 장영실함은 장보고-Ⅲ Batch-Ⅱ의 첫 함정이다.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리튬전지로 잠항 시간과 최대 속력 유지 시간을 늘리고, 전투·소나체계와 소음 저감 기술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발표한 일정은 시험평가를 거쳐 2027년 말 해군에 인도하고, 이후 전력화 과정을 밟는 것이었다.[3] 발표된 성능 개선은 아직 실전 운용에서 확인된 성과가 아니다. 그래도 재래식 전력이 발전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쟁점은 모든 잠수함을 한 추진 방식으로 통일할지가 아니다. 개선된 재래식 잠수함이 맡을 수 있는 임무와, 그래도 채우지 못하는 요구를 나누는 일이다. 핵추진 잠수함을 추가할 가치는 뒤쪽 요구의 크기에 달려 있다.
발표된 두 사업의 일정대로라면 한국은 재래식 전력을 개선하면서 핵추진 전력을 추가하는 길을 간다. 두 추진 방식을 함께 운용하는 기간에는 교육·정비 부담이 생긴다. ‘각자의 장점을 취한다’는 표현으로 지울 수 있는 부담이 아니다. 어느 조합이 더 효과적인지는 임무와 운용 비용을 같은 조건에서 비교해야 가릴 수 있고, 지금 확보한 한국의 공개 자료로는 그 순위를 매길 수 없다.
◇진수한 뒤에는 바다에 나갈 수 있나
동력이 주는 여유는 배가 작전에 나갈 수 있을 때만 쓸 수 있다.
미 회계감사원은 2026년 8월 보고서에서, 2016~2025 회계연도에 미국 현역 공격잠수함들이 정비 지연과 정비 대기로 잃은 운용일수가 합계 1만 5,000일을 넘었다고 밝혔다. 여러 함정의 손실을 합한 수치다. 모든 지표가 나빠지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현역 함정의 정비 대기 일수는 2022 회계연도 1,518일에서 2025 회계연도 166일로 줄었다. 반면 정비 지연 일수는 2016~2020 회계연도 합계 3,040일에서 2021~2025 회계연도 합계 3,454일로 늘었다.[4]
이 기록이 핵추진의 결함을 입증하지는 않는다. 성능이 좋은 함정도 정비 시설과 인력이 제때 받쳐 주지 못하면 전력으로 쓰기 어렵다는 사례다. 한국이 같은 지연을 겪으리라고 볼 근거는 없다. 다만 건조 능력과 운영 능력을 따로 따질 이유로는 충분하다.
한국 정부도 이 대목을 계획에서 빠뜨리지는 않았다. 5월 발표에는 설계·건조·운용·정비·핵연료 관리·해체를 포괄하는 총수명주기 관리 방침이 들어 있다.[1] 그러나 NEXT가 확인한 정책브리핑의 발표 요약만으로는 시설과 인력을 언제 얼마나 확보할지, 비용과 일정이 달라졌을 때 무엇을 조정할지까지 확인할 수 없었다. 원칙을 실제 준비 일정으로 옮기는 과정이 이 사업을 평가할 다음 기준이다.
◇진수식 날의 성과로 끝나지 않으려면
핵추진 잠수함은 한국 해군이 물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범위와 지속 능력을 넓힐 수 있다. 지속 기동이 필요한 임무를 더 잘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NEXT가 보는 이 사업의 군사적 근거다. 더 잘 찾는 능력, 기존 전력을 유지하는 일, 새 함정을 꾸준히 바다에 내보내는 능력은 따로 갖춰야 한다.
NEXT는 세 가지 준비를 하나의 전력 계획에 묶자고 제안한다. 첫째, 핵추진의 지속 기동 능력이 필요한 임무를 정한다. 둘째, 그 임무를 도울 감시·정보 전력을 함께 확보한다. 셋째, 새 함정이 준비될 때까지 재래식 전력의 개선과 유지를 이어 간다. 도입 규모와 속도는 이 조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에 맞춰 정하자는 것이다.
사업 목표가 ‘핵추진 잠수함 보유’에 머물면 진수하는 날 성과를 설명하기 쉽다. 그러나 한국이 얻으려는 것은 함정의 이름이 아니라, 지금은 어렵거나 제약이 큰 임무를 수행할 능력이다. NEXT는 첫 함정을 띄우는 순간보다 그 함정이 필요한 임무에 꾸준히 나갈 수 있는지를 더 긴 시간의 평가 기준으로 본다.
출처
[1] 정책브리핑, 국방부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발표 보도, 2026-05-26. 본문.
[2] 호주 의회 조약합동상임위원회, 핵추진 협정 검토 보고서 제3장, 특히 3.3~3.5. 본문.
[3] 해군·방위사업청 공동 보도자료, 「조선시대 과학기술을 선도한 ‘장영실’, 3,600톤급 잠수함으로 부활」, 2025-10-22. 본문.
[4] GAO, *Navy Readiness: Actions Needed to Address Costly Attack Submarine Maintenance Challenges*, 2026-08-27. 공개 보고서.